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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Seoul, in S.Kor

as time has gone on


@명동성당 새벽 6.30 am 미사

오늘은 연휴 전 새벽 영어학원 수업이 없는 날이다.
출근 전 겨울 새벽시간의 고요함과 여유를 알아 버린 나는 이 시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명동 새벽성당을 가고자 하였으나.. 회사 노트북에 보안 문제인지 공인인증서 발급이 안되어 어제 퇴근 후 저녁 수업 끝나고 집에 와서 받으려 했으나.. 서비스 시간이 지났다 하여 4:50am 에 강제로 일어나 급하게 발급받고 명동으로.. (신경도 안쓰던 공인인증서 발급은 13월의 월급 소득공제가 좀 될까하여..)

참 바쁜 일상이라지만 이 추운 꼭두새벽에 다들 어디서 그렇게 오셨는지 미사 참여한 분들로 성당 안은 추울 새가 없다. 평일 명동 새벽 미사는 원래 7 am 이였는데 언제 바꼈는지 시간 맞추기가 조금 힘들지만 다 함께 모인 이 자리에 뭔가 뭉클해져서 내 가족과 나의 평안과 지구 평화를 기도했다. 이러니 대단한 신자 같지만 사실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만 가끔 이렇게 새벽에 (이상하게 꼭 찬바람 부는 겨울에, 추워도 죽지 않아를 외치며..) 조용히 머무르다 가는 정도. 한때 가톨릭 청년 성서 모임도 엄청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혼자하는 신앙생활이 더 편하다. 성당은 언제 어디서나 문을 활짝 열어 놓아 가끔 지치고 힘들 때 들렸다 가는 내 마음의 쉼터 같은 곳이다. 국내외 어느 곳을 가든 성당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정말 대단한 커넥션이다. (추워지니 새벽 명동거리에서 바닥 쪼아 먹으며 좀비처럼 몰려 다니는 비둘기 때가 사라져 너무 좋다)

(+)
성당 백여년 전 모습이 아닐까 한다.
미사 끝나고도 아직 해가 안뜬 일곱시 무렵의 명동에서 사진 찍힌 구도로 성당을 돌아 보았는데 강산이 바뀐다는 십년이 열번쯤 지나면 저렇게 세상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내가 걷는 이 곳이 전엔 초가집 마을이었다니, 사진 속 같은 공간의 저 사람들에겐 저 곳의 하루도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을 텐데, 새삼 시간에 따른 변화가 놀라웠다. 앞으로 백년쯤 지나면 이 곳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해 뜨기 직전 새벽이 가장 춥지만 성당안 모든 이들은 곧 해가 뜰 것임을 알고 있기에 또 다른 하루의 안녕을 기원할 수 있다. 1월이 가장 춥다지만, 우린 모두 알고 있다. 다시 태양쪽으로 향하는 지구 덕분에 밤은 짧아지고 있고 이미 봄은 오고 있음을. 우리나라도 아직 근대 역사가 백년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가장 추운 한 겨울 소용돌이의 어디쯤 있더라도, 백년 쯤 지나, 그 때쯤 되면 좀더 우리 아이들이 살기에 따뜻한 곳이 되길 기원해 본다. 그때 어떤 이가 내 사진과 글을 본다면 또 무엇을 느끼고 있을지. 한가지 분명한 점은,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 이렇게 생각많은 연초와 설날 연휴가 지나면 본격적인 2017의 전쟁같은 일상이 또 시작되겠지. 킨의 노래가 생각난다. "Everybody's changing" -as time has gone on


(++)
을지로 입구역 정말 맛있는 김밥. 한 줄은 많고 지나갈 일 있으면 늘 반줄(천원)을 사 먹는다. 출근 전 남는 시간은 회사 앞 M도널드 아메리카노 & 라이팅 리뷰와 함께 마무리를. 마음의 평화도 찾았고 이어폰에는 기분좋은 재즈가, 뛰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아침, 오늘도 참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


(+++)
지난 일요일 아침 스쿼시 운동 모임도 안가고 누워(;) 있는데 스키복 빌려줬던 동생이 부모님과 다니는 근처 절에 와 있다고 하여 전달도 해 줄겸 택시타고 급방문하여 엉겁결에 먹은 절밥. 깊은 산속에서 풍경소리 새소리 들으며 먹는 산나물 밥은 아니였지만 처음 보는 이에게 다들 많이 먹으라는 인사만 건네고 편히 먹게 배려 해주시는 모습은 자유로운 성당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실제 산속 고요한 절은 산 속 성당 수도원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템플스테이도 너무 해 보고 싶은데 집에서 한 소리 들어 아직 시도는 못했다. 사실 시간이 안나서.. 난 평화주의자이고 인간은 나약하기에 인류에게 선의지와 긍정적 신념을 준다면 어떤 종교든 필요하다고 본다. 종교전쟁은 종교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 우린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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