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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Seoul, in S.Kor

잠에 취해, 그 시간 그때,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며


​@출근길 남는 시간 회사 앞 스벅, 학원시간 늦어 땡땡이 치고.

지난 주말 토요일,
봄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 오후 5시까지 12시간 가까이 청소(...)를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버렸다. 가지고 있으면 뭐해 짐만 되지..하며 버렸던.. 내 인생 첫 직장 OJT 수첩/명함/뱃지부터 중고등학교 졸업앨범(;;), 중학교 때 처음으로 받아본 A등급의 미술시간 디자인 과제,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 옛 사진, 물건, 각종 수첩, 엽서들, 기타 학창시절 잡동사니들. 그땐 이젠 안녕이라며 미련없이 버렸건만 문득 이른 아침 잠에 취해 학원 가는 버스 안 차창밖을 보는데 또르르 눈물 한방울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게 잠에 취해서인지, 가는 시간이 아쉬워서인지, 어린 시절이 그리워서인지, 새삼 아침풍경이 살갑게 느껴져서인지, 봄기운 탓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익숙한 이 거리풍경도 무척 낯선 때가 있었는데, 어릴 때 소중했던 물건 하나로 떠올리곤 하던, 그땐 참 소중하게 간직했던 추억들의 매개체가 이젠 영원히 기억 속 뒤안길로 사라지는구나.. 이게 참 새삼 마음이 미어지고 아프고 그랬다. 그래도 가끔 들여다 볼때면 하나하나 생각나던 어린시절 기억들.. 고민 많고 꿈만 많던, 그렇게 즐거운 유년시절을 보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끔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울까.

차마 버리지 못해 간직하고픈 기억을 다 붙들고 있다면 머릿속이 용량초과로 터질지도. 잊을 기억은 잊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초딩 때부터 써온 일기, 다이어리들은 아직 가지고 있다. 일기들은 조금 더 들여다 봅시다.

뭐, 어쨌든 내 인생 전무후무 할 열두시간 봄맞이 청소덕분에 봄손님과는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자.
이 또한 먼 훗날 희미한 기억의 조각이 될지라도.

(+)
중학교 미술시간 내 인생 처음으로 A를 받아 본 접시 디자인 과제. 그때도 가는 시간이 아쉬웠던지 뒷면에 무슨 날 무슨 시간이었는지 상세히도 적어 놓았다. 초딩시절 스테치북도 다 모아놨는데 어머니가 말도 없이 버리셔서 엄청나게 속상해 했었다. 아마 이날 있었으면 같이 버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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